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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디어】 윤지수 기자 = '흑역사'라는 말이 있다. 풀어쓰자면 '과거의 부끄러운 기억' 같은 건데, 이 글은 자동차 광고의 그런 부분을 훑어보는 내용이다. 당시엔 멋졌겠지만, 이제는 너무 순수해 보이거나, 손발이 오그라드는... 한 마디로 '골 때리는' 추억의 차 광고들을 모았다.


"한국 대표께서 오십니다!" 기아 엔터프라이즈


장엄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한국 대표께서 오십니다"라는 음성이 나온다. 사실 웅장하게 호위를 받으며 달려오는 건 좀 멋있다. 그런데 멘트가 너무 '오글'거린다. "한국 대표", "귀하", "오직 한 분만을 위해" 등등을 써가며 마치 대통령 의전 차차럼 보이게 만들었다. 여태껏 고급차들 광고는 화려하긴 했지만, '한국 대표'까지 운운한 건 없었다. 영상은 "지금 막 한국 대표께서 도착하셨습니다"로 끝나며, 부끄러움은 우리의 몫이 된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이 차를 '한국 대표'라고 인정하는 건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사실 엔터프라이즈는 일본 차 마즈다 센티아를 바탕으로 만든 차다. 그래서 보는 내내 더 불편했는지도 모르겠다. 참고로 엔터프라이즈는 1997년 출시돼 2002년 단종됐으며, 최고출력 230마력(당시 기준)을 내는 3.6리터 엔진이 들어갔다.


포르쉐 이기는 현대 엘란트라


이 정도면 '과대광고'로 신고해야 한다. 영상만 보면 엘란트라가 포르쉐보다 '고성능'으로 보일 정도다. 현실은 비교하는 것조차 부끄러울 정도인데 말이다. 현대가 하고 싶은 얘기는 "우리 엘란트라 독일에 수출한다"였는데, 과장이 너무 심했다. 그래서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마지막 포르쉐 운전자의 '따봉'이 "나 1단이야"라는 조롱 섞인 해석이 유행하기도 했다.

 
엘란트라와 같이 달린 차는 포르쉐 911(964)이다. 수평대향 6기통 3.6리터 엔진이 들어간 태생부터 다른 스포츠카다. 시속 100km까지 단 5.5초 만에 도달하며, 최고속도는 시속 261km에 달한다. 고작해야 126마력 1.6리터 엔진이 들어간 엘란트라와 비교하는 건 처음부터 말도 안 됐다.


"따뜻한 마음" 현대 엑셀


마치 공익광고 같지만, 이건 차 광고다. 엑셀을 탄 모녀가 도로에 '합류'를 못하고 있는데, 별안간 신비로운 음악이 나오면서 엑셀 '신사'가 나타나 양보한다. 이때 관전 포인트는 그의 절도 있는 손짓이다. 두 손가락을 펴고 들어오라고 하는 것까진 봐줄만했다. 그런데 마지막 아이의 인사에 화답할 때 손짓은 요즘 말하는 '중2병' 손짓이 틀림 없다. 따라 해보면 어떤 느낌인지 알 거다.



그런데 여자아이가 어디서 본 것 같다고? 맞다. 광고에 등장하는 '똘망똘망'한 여자아이는 배우 김민정이다. 당시 김민정의 미모 덕분에 엑셀 광고는 화제가 되기도 했다. 참고로 영상 속 엑셀은 1989년 출시한 2세대 모델이다.


"달릴수록 믿음이 간다" 대우 뉴 프린스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다. 프린스가 잘 달리다가 다리를 살짝 부수더니, 기어이 급가속으로 다리를 붕괴시킨다. 이게 머라고 그땐 좀 멋있긴 했다. 되지도 않는 컴퓨터 그래픽(이하 CG)을 써가며, 화려하게 만들었다. 요즘 냉철한 소비자들에겐 먹히지 않을 광고지만, 대우차는 이런 스타일 광고를 선호했다. 나중에 매그너스로 차체가 '착' 가라앉는 걸 보여주기도 한다. 그런데 프린스로 무너지는 다리를 건너며 전달하려 했던 '메시지'는 뭘까.


뉴 프린스는 1991년 출시된 프린스의 부분변경 모델이다. 1983년 출시된 로얄 프린스의 차체(1972년 레코드 1900 플랫폼)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차로 기본 토대는 아주 오래된 차다. 브로엄과 함께 대우 중형차 '로얄' 시리즈의 마지막 세대며, 우리나라의 마지막 후륜구동 중형 세단이기도 하다.


살아있는 자동차 포터-타우너


영상처럼 차가 얘기한다면, 한 차를 평생 타야 할지도 모르겠다. 영상을 몇 번 돌려봤을 뿐인데, 벌써 정들 것 같기 때문이다. 영상 자체는 촌스럽지만, 그래도 전달하는 내용은 아주 명확하다. 짐을 많이 실어도 되고 오르막길도 잘 올라간다. 그리고 반가운 얼굴도 나온다. '뽀빠이' 이상용의 경쾌한 목소리에 절로 웃음이 지어진다. 



90년대 초반엔 이런 광고가 유행이었나 보다. 타우너 광고에서도 타우너가 살아 움직인다. 아주 대충 만든 CG로 차를 찌그러뜨리면서 말이다. 그런데 마지막 웃음소리는 이제 들어보니 좀 그렇다. 참고로 영상 속 배우는 고 최진실이다.


프라이드를 타는 '멋진' 방법


이 광고는 승차하는 자세가 '포인트'다. 동반석 여성을 밀어버릴 듯 창틀을 잡고 뒷발차기를 날리며 차에 오른다. '역동적'인 승차 자세를 보고 당시 많은 사람들이 직접 따라 했다고 전해진다. 혹시라도 따라 해볼 생각이라면, 처음엔 조심하길 권한다. 요새 차들은 센터콘솔이 높아서 '퍽'하고 닿을 수도 있다.


광고 속 프라이드는 1987년 출시된 기아차의 '월드카'다. 설계는 마즈다가, 생산은 기아차가, 판매는 포드가 각각 담당했다. 우리나라엔 프라이드로 팔렸으며, 해외엔 '페스티바'로 팔렸다. 1987년 출시돼 13년간 장수하며 2000년에 단종된다.


"그랜저로 대답했습니다" 현대 그랜저(TG)


어떤 기분이었을까? 그랜저로 답을 들은 친구의 마음은... "요즘 어떻게 지내냐"고 물어봤더니 별안간 그랜저 차키를 눌렀다. 친구의 마음은 굳은 표정으로 바로 드러난다. 표정이 굳은 이유는 아마 '차 자랑이나 하고 있는 친구에 대한 실망감' 때문일 것 같다. 이 광고는 '물질만능주의'의 전형적인 사례로 교과서에까지 실리기도 했다. 물론 인터넷에서도 화제가 됐다. 네티즌들은 "그랬더니 친구는 BMW로 대답했습니다"라거나 "저런 친구라면 만나지 않겠다"라며 조롱했다.


영상 속 차는 4세대 그랜저(TG)다. 중간에 살짝 모양을 바꾼 '그랜저 뉴 럭셔리' 모델로 6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된 게 특징이다. 이후 한 번의 부분변경을 거쳐 2011년 1월까지 판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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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형 i30 광고 영상 중 '드리프트'를 선보이는 장면


여기까지 '골 때리는' 옛날 광고들을 살펴봤다. 몇몇은 부끄럽기도 하지만, 다른 몇몇은 유쾌한 내용으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묵직한 분위기의 요즘 차 광고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그래도 요즘에도 '골 때리는' 광고가 있긴 하다. 아마 약 10년 뒤쯤이면 'i30 드리프트' 광고도 여기에 포함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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